이소선합창단은 2024년 3월 15일 금요일, 고 김영수 목사 40주기 추모기도회에 함께 했다. 낯익은 이름은 아니다. 추모기도회는 그가 엄혹하던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불온유인물 배포죄로 끌려가 옥고를 치뤘음을 알려 준다. 그리하여 우리는 알게 된다. 우리가 누리는 지금의 민주화된 세상이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들의 희생에 빚지고 있음을.
그들을 찾아내고 그 이름을 기억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기억이 힘이 되어 민주화된 오늘을 지켜내고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끔찍한 일이 막는 방패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기도회는 김영수 목사가 살아간 삶에서 그가 민주화라는 실천의 길을 걸을 때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그의 힘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믿음이 구현되는 방식이 부당한 정권에 대한 항거라는 형태로 나타남을 보고 나면 검찰 권력의 힘으로 다시금 독재화되고 있는 우리의 오늘에서 종교로서의 기독교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 지도 동시에 깨닫게 된다.
합창단은 기억의 힘을 모으고 그가 가졌던 믿음을 오늘의 힘을 삼고자 하는 그 자리에서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 곡은 <군중의 함성>이었다. 이 노래는 1절과 2절의 마지막 구절이 가장 중요하다. 그 마지막 구절이 1절 앞부분의 좌절을 극복하여 2절로 넘겨주기 때문이다. 1절의 앞부분에서 노래는 “오랜 시련에 헐벗은 저 높은 산 위로 오르려 외치는 군중들의 함성이 하늘을 우러러보다 그만 지쳐버렸네”라고 말한다. 마치 흉포한 독재 권력 앞에서 민주화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좌절을 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우리가 그 좌절에서 일어섰음을 알고 있다. 노래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당신의 뜻이라면 하늘 끝까지 따르리라”라고 노래하며 좌절에서 우리를 일으킨 힘이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선 바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었음을 알려준다. 이 땅의 어떤 사람들에게는 믿음이 부당한 정권에 맞서 고난을 마다 않고 싸울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 그 믿음의 힘을 넘겨받은 2절에서 노래는 “용솟음치는 함성을 쫓아” 좌절에 꺾였던 무릎을 다시 세우고 하느님을 “한없는 지혜와 용기”로 삼아 민주화의 길을 걸어난 사람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그 사람이 오늘의 기도회에선 김영수 목사이다.
이소선합창단이 부른 두 번째 노래는 <그날이 오면>이었다. 널리 알려진 곡이다. 노래는 김영수 목사가 꿈꾼 세상이 노래가 꿈꾼 그날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알려준다. 그 세상에선 믿는 자들이 싸워 세상의 모두가 함께 누리는 민주화된 세상이 온다. 그 세상은 “드넓은 평화의 바다”가 펼쳐지고 “정의의 물결 넘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날이 오려면 우리가 우선은 그날을 위해 싸웠던 이땅의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살아 생전에 김영수 목사는 <상록수>를 즐겨 불렀다고 한다. 그의 목소리로 <상록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 <상록수>는 기도회에 참가한 모두의 노래가 되었다. 이소선합창단도 함께 불렀음은 물론이다. 40년 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한 사람이 그가 걸어간 민주화의 길 끝에서 다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의 <상록수>를 모두의 <상록수>로 건넨다. 아직 잎들이 새순을 내기에는 이른 계절이었으나 잠시 추모회장에 상록수의 푸른 내음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