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4년 5월 22일 수요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연좌 농성 집회에 함께 했다. 집회는 서울대의 작은 연못인 자하연 옆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에선 팔레스타인 유학생인 주마나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을 규탄하고 인종 학살을 멈출 것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며 마음을 같이 하는 학생들이 연대하고 있다.
때로 한 개인은 한 개인이 아니라 살아있는 한 나라가 된다. 하얼빈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향하여 날아간 총탄이 되었을 때 안중근이란 이름은 병탄되어 나라를 빼았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있는 조선이 된다. 항거의 크기는 작아도 이국의 땅에서 텐트를 치고 이스라엘의 공습에 항거하는 목소리가 될 때 팔레스타인 유학생도 한 개인이 아니라 죽음을 딛고 일어서 살아있는 그 나라가 된다. 또한 그 학생과 연대할 때 그 대학은 비록 몇 안되는 학생들이 그 집회에 모일지라도 인류애로 살아있는 대학이 된다. 핍박받는 희생자의 편에 설 때 비로소 인간이 인간이란 이름에 값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자리에서 단순히 항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을 본다. 무엇으로도 죽일 수 없는 평화와 자유를 향한 끈질긴 생명이다. 반대로 강자의 질서에 침묵할 때 우리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인간을 내놓은 노예일 뿐이다.
이소선합창단은 오랫동안 이 땅 항거의 현장에서 불리워진 두 곡의 노래로 집회의 학생들과 마음을 나누었다. 두 곡은 <솔아 솔아 푸르는 솔아>와 <그날이 오면>이었다. 첫 곡은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했고, 두 번째 곡은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리라 했다. 두 노래는 생명이 끝내 창살을 이기고 우리를 만나게 하리라 말하고 있으며, 그 날이 왔을 때의 감격을 미리 전한다. 노래는 모두 미래형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땅에서 현재가 되었음을 알고 있다. 그 노래의 끝에 군사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 세상이 왔으며 여전히 위협받고 있지만 최소한 평화와 공정의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땅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노래는 미래형이었지만 우리의 현재로 검증하여 팔레스타인에 건네는 확증된 희망이었다.
집회의 마지막 순서로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교정을 행진했다. 행진이 끝난 뒤에는 앞세웠던 플래카드를 길에 펼쳐놓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제 길마저도 연대의 마음을 내주며 외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인종 학살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에 해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