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영혼과 손잡고 꿈꾸는 쪽빛의 세상 – 제8회 안산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

2024년 4월 14일 일요일 제8회 안산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
경기도 안산생명안전공원 부지

이소선합창단은 2024년 4월 14일 일요일 제8회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에 함께 했다. 축전은 안산의 안산생명안전공원부지에서 열렸다. 부지란 말이 알려주듯이 아직 조성된 공원이 아니다. 매년 민주와 인권을 노래하던 합창축전은 올해는 세월호 10주기를 맞는 안산에 모여 참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노래에 담았다. 그리하여 올해의 축전은 <세월호, 우리의 기억>이 되었다. 아울러 아직 첫삽도 뜨지 못한 생명안전공원에 대한 열망에 힘을 보탰다.

축전은 노래로 시작되지 않고 304명의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숫자이다. 축전의 참가자들이 모두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들고 무대에 올랐다. 이름은 이름으로 그치지 않고 하나하나 모두 노래가 되었다. 이소선합창단은 단원고 2학년 2반의 학생들의 이름을 손에 들었다. 10년의 세월 동안 희생자의 이름은 아물지 않는 깊은 상처였지만 그러나 그 상처는 이제 노래로 건너가고 있었다. 노래는 잊지 않으리라는 다짐이기도 했고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한 세상을 위해 우리의 땀을 모으겠다는 마음이기도 했다.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른 이소선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가 먼저 희생자들을 만났다. 노래는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날아서” 가자며 “상한 영혼”의 손을 잡고 “눈물과 비탄이 없”는 세상을 향하여 걸음을 뗀다. 사실 이 땅에선 노래가 손을 잡고 가야할 그 상한 영혼이 세월호 희생자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가까이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이 또다른 상한 영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무시하는 자본의 탐욕 아래 하루가 멀다하고 숨져나가는 상한 영혼의 노동자는 또 얼마나 많은가. 노래가 이 땅의 그 모든 상한 영혼과 손잡고 가자 했다. 그 상한 영혼들의 “마주 잡을 손 하나”가 되자 했다.

합창단의 두 번째 노래는 <쪽빛의 노래> 였다. 색은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가 될 때가 있다. 분홍을 져서 땅에 떨어진 진달래가 가지면 그때의 분홍은 4.19의 봄날에 스러져간 젊은 목숨의 핏빛이 된다. 쪽빛도 그렇다. 그 색을 바다가 가지면 그것은 단순히 진한 바다빛이 아니라 “캄캄한 밤바다”에서 죽어가야 했던 원통했던 영혼들이 흘렸던 “온몸의 눈물이 시퍼런 칼”이 되어 바다를 물들인 색이 된다. 하지만 그 칼은 세상에 대한 한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칼이 “썩어 문드러진 땅”을 도려낼 때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고, 그 세상이 바로 “쪽빛 세상”이 된다. 세월호 희생자들은 바다에서 죽었으나 그 죽음은 일어나 더 이상 자신들과 같은 죽음이 없는 쪽빛의 세상을 꿈꾼다. 노래가 그 세상을 꿈꾸며 “쪽빛의 노래”로 치달았다.

축전의 마지막 순서는 모든 합창단들이 목소리를 모은 대합창, <세월의 울림>이었다. 세월호와 관련된 노래들을 함께 이어 불렀다.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끝에 노래로 울려퍼진 대합창이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