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4년 5월 23일 목요일,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투쟁 목요문화제에 함께 했다. 아마도 이소선합창단이 가장 많이 함께 한 집회일 것이다. 함께 할 때마다 노동자들이 하루 빨리 직장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목요일마다 반복되는 세종호텔 노조의 집회는 점점 그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짧을수록 좋은 집회가 길어진다는 것은 우리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목소리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랜 싸움에도 불구하고 집회는 포기를 모른채 계속되고 있다. 집회는 그 끈질긴 투쟁의 힘을 연대라는 이름으로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연대의 힘을 확인하고 나면 이 싸움에서 노동자들이 결코 질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뭉쳐 이어나가는 싸움은 누군가 지쳐도 다른 누군가의 손이 지친 노동자를 일으키는 법이다. 언제나 그렇듯 그 연대의 힘에 대한 확신은 이번에도 예외가 없었다. 한 노동자가 나와 그동안 도움을 준 노조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할 때 그 확신은 구체적인 증거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소선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 곡은 <산디니스타에게 바치는 노래> 였다. 하지만 노래는 이제 세종호텔의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노래가 된다. 노래는 “우리가 지은 밥과 만든 옷들과 우리가 쌓은 벽돌 모두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세상을 “우리 새세상”이라 말한다. 노래는 지금의 세상이 노동자들이 밥짓고 옷만들고 벽돌을 쌓아올려 건물을 지어도 그 이익이 모두 자본가들의 손아귀로 돌아가는 불공정한 세상이라고 암시한다. 그런 현실에선 새 세상을 꿈꾸는 것이 인간의 이름에 값할 것이다. 노동자는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싸우고 있으며 그들이 일터로 돌아가 제대로 대접받을 때 “피땀의 찬란한 꽃으로 피어난” 새 세상이 열린다. 오랜 싸움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꿈이다.
합창단의 두 번째 곡은 <민중의 노래> 였다. 노래는 “듣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만약 들었다면 “성난 민중의 노래 노예를 거부하는 민중들의 뜨거운 숨결”을 마주하게 된다. 제대로 보았다면 단순히 월급받는 직장을 잃어서가 아니라 평생을 일하며 노동자에게 곧 삶의 다른 이름이 되어버린 귀중한 일터를 쫓겨난 노동자의 분노를 누구나 수긍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귀를 막고 눈을 돌린다. 돈에 대한 탐욕 때문이다. 돈을 넘어 일에서 삶을 일구려는 노동자들에게 경영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내쫓는 해고는 부당하기 이를데 없다. 노동자들의 심정이 오늘은 <민중의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앵콜이 있었고, 합창단은 <다시 또 다시>로 앵콜에 응했다. 노래는 “밟혀도 결코 죽지 않네 일어나 투쟁이다 우리들의 아침이 밝을 때까지”라고 외쳤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집회는 노래에 대한 분명한 증명의 현장이다. 노동자들이 길고 오랜 싸움을 계속하며 복직의 꿈을 밀고 나가고 있다. 노래가 이 싸움의 끝에서 노동자들이 움켜쥐게 될 것은 “승리할 그날”이라 했다.
집회 참가자들과 합창단이 모두 주먹을 불끈 쥐고 <파업가>를 부르는 것으로 집회는 마무리되었다. 또 한 번의 집회를 한 날이 아니라 한 걸음 더 승리에 다가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