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이어온 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노래 – 세종호텔 노조 투쟁승리 목요문화제 공연

이소선합창단은 2024년 3월 28일 목요일 세종호텔 투쟁승리 목요문화제에 함께 했다. 세종호텔의 해고 노동자들이 매주 목요일 명동역의 10번 출구를 나가면 나오는 세종호텔 앞에서 벌이고 있는 집회이다. 집회는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10년이란 우리에게선 강산도 바꿀 수 있는 오랜 시간이다. 그러나 일하던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때로 어떤 일은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위해 애쓴 시간으로 가치를 발하기 시작한다.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이어온 10년의 투쟁도 그렇다. 이곳의 집회에선 그들이 이어진 오랜 투쟁의 시간으로 그들이 빛난다.

이소선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러 그들이 10년 동안 이어온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첫곡은 <나 하나 꽃 피어> 였다. 노래는 세상의 어떤 이들은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만 “내가 꽃을 피우고 너도 꽃 피우면 결국 풀밭이 온세상 풀밭이 꽃밭 되는 것 아니 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리고 바로 그때 노래의 앞에는 세종호텔의 노동자들이 앉아 있다. 노래는 그들이 바로 10년 세월을 세종호텔 앞의 길거리를 노동운동의 꽃밭으로 가꾸어낸 주역임을 알려준다. 때로 어떤 꽃밭은 목요일에만 그 꽃을 볼 수 있다. 10년 동안 목요일마다 자신이 다니던 직장의 앞에서 거리에 앉아 투쟁을 이어갈 때 그 자리의 노동자들이 바로 세상을 노동 운동의 꽃밭으로 가꾸는 꽃이 된다.

합창단이 부른 두 번째 노래는 <만주출정가> 였다. 독립군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움의 기치를 높이 들 때 부른 노래이다. 노래는 “목숨 다 바쳐 싸우리라 해방의 해방의 그날까지”라 다짐했던 오래 전 독립군의 마음을 전한다. 나라는 독립되었지만 그 조국의 노동자들은 자본의 탐욕 앞에 인간을 지키기 위해 다시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땅에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을 때 독립군이 꿈꾸던 조국 또한 궁극의 해방에 이른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해방을 위해 싸웠던 독립군의 싸움은 인간 궁극의 해방을 위한 노동자들의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앵콜이 나왔으며 합창단이 앵콜곡으로 부른 곡은 <나를 일으킨 친구> 였다. 10년의 세월을 싸워 왔으니 왜 쓰러진 노동자가 없었겠는가. 하지만 노래는 노동자들의 싸움이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 그렇게 노동자가 쓰러질 때 “나의 여생을 너의 다음 생으로 살”겠다며 일어선 또 다른 노동자가 있었기 때문임을 알려준다. 노래는 이곳 세종호텔 노조의 집회에서 그렇게 “쓰러진 너의 몸에서 꺼지지 않는 눈빛이 내 심장을 내 심장을 깨”웠고 그가 우리의 힘이 되어 “풀죽은 나의 팔에서 주먹이 움”텄다고 전한다. 10년을 이어온 투쟁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비밀이기도 하다.

집회를 마무리할 때 모두가 함께 주먹을 쥐고 <파업가>를 불렀다. 흩어져고 죽고 흔들려도 죽으니 노동자들에게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하나되어 흉포한 자본에 맞서는 것이다. 집회의 노동자가 모두 노래 속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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