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4년 1월 8일 월요일, 늦봄의 꿈이란 이름 아래 열린 문익환 목사 30주기 추모기도회에 노래로 함께 했다. 기도회는 늦봄 문익환의 말과 기도, 그리고 노래로 이루어졌다. 문익환 목사의 말은 여러 목회자들이 나누어서 전했다. 그 말 중 ‘미워하라’는 늦봄의 말은 부당한 국가 권력에 대한 항거가 미움이나 증오가 아니라 그 국가로부터 핍박받는 민중들에 대한 사랑임을 일깨웠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통일로 가는 화해 분위기를 무너뜨리고 있는 지금의 권력 아래서 지금의 이 땅에 가장 절실한 사랑이기도 했다.
이소선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곡은 <군중의 함성>이었다. 노래는 “오랜 시련에 헐벗은 저 높은 산 위로 오르려 애쓰는 군중들의 함성이 하늘을 우러러보다 그만 지쳐 버렸네”라고 말한다. 노래 속의 군중들은 함성으로 산을 오르려 한다. 그럴 때가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소리를 지르는 일밖에 없을 때가 있다. 통일이란 꿈도 한때는 그렇게 목놓아 함성으로밖에 부를 수 없는 꿈이었다. 그때 그 함성을 이끌어주는 것은 산위의 하늘이다. 아마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통일의 길을 걸었던 문익환 목사의 길이기도 할 것이다. 그 길이 쉽지 않은 길임은 노래는 지친 민중들의 함성으로 수긍한다.
그러나 노래는 그 길이 쉽지 않음을 수긍하면서도 “저 높은 산에 언덕 넘어 나는 갈래요 저 용솟음치는 함성을 쫓아 갈래요”라고 말하며 지친 몸을 추슬러 일으켜 세운다. 군중들은 함성을 외치다 지쳐서 쓰러졌으나 노래는 그 쓰러진 함성이 산 앞에선 또다른 군중들을 일으켜 세운 힘이 되고 있다고 알려준다. 아마도 통일의 길도 그랬으리라. 그 길에서 겪은 시련으로 많은 이들의 함성이 쓰러진 운명이 되었지만 그 함성은 동시에 그 길에 선 누군가를 일으켜 세운 뜨거운 힘이 되었다. 그리하여 일어난 자가 다시 그 길을 이어가며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노래가 그렇게 쓰러지며 일으킨 통일의 길을 말했다. 노래는 그 통일의 길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시여 당신의 뜻이라면 하늘 끝까지 따르리라” 했다.
합창단이 부른 두 번째 노래는 <그날이 오면> 이었다. 노래는 “한밤의 꿈은 아니리”라고 시작된다. 그 꿈은 물론 오늘의 자리에선 통일의 꿈이다. 그러나 그 가사 또한 바뀌어 들린다. 한밤의 꿈은 이제 늦봄만의 꿈은 아니리로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노래는 그 꿈을 우리 모두의 꿈으로 삼고 그 날이 오면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통일된 나라가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라 말한다. 노래는 자꾸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이라고 그날을 가정의 어구로 말했으나 그 가정은 가정이 아니라 어느덧 반드시 그날을 이 땅에 불러오겠다는 사람들의 의지가 되어 있었다.
앵콜이 나왔으나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앵콜을 받지는 못했다. 대신 모두가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노래부르는 이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이 통일로 하나되어 있었다. 통일이란 그렇게 손을 맞잡아 하나되는 걸음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노래가 그곳의 사람들을 모두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 노래부르는 사람들 앞의 십자가에 통일된 한반도가 걸려 있었다. 남북이 노래부르며 손을 맞잡는 훗날이 그 자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