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2월 25일 토요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문화제에 함께 했다. 추모 집회는 서울광장에 마련되어 있는 분향소에서 있었다. 분향소엔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여 대비했다면 시월의 어느 하루를 즐거운 추억으로 안고 집으로 돌아갔을 청춘들이 죽음이 되어 누워있다. 합창단은 그 영혼 앞에 두 곡의 노래를 놓았다.
합창단의 첫 노래는 <진달래> 였다. 노래는 “눈이 부시네”라는 노랫말로 시작된다. 봄을 알리는 진달래를 말함이다. 살아있을 적,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이 그랬으리라. 얼마나 눈부셨으랴. 그들 모두가 그냥 봄이었으리라. 우리가 진달래에서 보는 바로 그 봄이다. 그러나 그 눈부신 진달래는 더 이상 그들이 아니다. 노래 속의 진달래는 환기된 기억이다. 노래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노래 속에서 진달래는 “그날 쓰러져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되고 만다. 진달래는 이제 눈부신 꽃에서 감당할 수 없는 슬픔으로 뒤바뀐다. 그러나 죽음으로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살아있는 자들은 그 진달래 앞에서 “여울여울 붉”게 “물이 드는 이 산하”를 마주한다. 진달래는 지워져서 슬픈 죽음이 아니라 이 산하를 물들이며 봄마다 살아나는 꽃이 된다. 합창단은 희생자들의 영혼 앞에 봄마다 이 산천을 물들이며 끝없는 살아나는 부활의 진달래를 놓았다. 그러나 날씨가 추웠다. 진달래가 다시 필 봄이 아직 이 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이. 그래도 사람들은 모여 온기를 모은다. 때로 봄은 사람들이 모은 온기로 오고, 그 온기가 스러진 젊음을 진달래로 일으켜 세운다.
합창단이 부른 두 번째 노래는 <잘가오 그대>였다. 그대를 보내면서 노래는 “이 어둠은 오래지 않으리”라 말한다. 우리는 어둠의 실체를 알고 있다. 참사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져야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모두 그 어둠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노래는 또 “세상 모든 슬픔 그대의 절망 그대의 아픔 눈부신 그 아침엔 모두 다 잊으리”라 말한다. 그 아침을 열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은 산자들의 몫이다. 그 몫에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고 촛불을 든다. 그리고 그 힘들이 모여 “눈부신 아침”을 연다. 노래가 그렇게 말했다. 영혼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때로 이땅에선 죽음이 죽음을 막기 위해 산자들의 손을 빌려 그들이 켜는 촛불이 된다. 그리하여 촛불은 어둠 속에서 흔들리며 말한다. 더 이상 우리 같은 죽음은 없어야 한다고. 죽음이 죽음을 막으려 촛불이 되어 흔들리는 추모의 밤에 이소선합창단은 그 자리의 영혼들 앞에 두 곡의 노래를 놓고 촛불들과 내내 함께 했다. 노래는 촛불이 되었다.